응원에도 체력이 필요해

네, 자랑질입니다.
응원하는 팀이 너무 잘하는 것도 팬 입장에서는 무척 피곤하군요. 역시 응원에도 체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ㅋㅋ;;

IBK 국제배구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예선전 첫 경기 결과를 보고 '정말 귀염코 없는 삼성은 안 되는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삼성 특유의 쫄깃쫄깃한 수비가 타 팀에서도 현실화 되고 있는 반면에, 귀염코가 떠난 우리에게는 확실한 해결사가 없었습니다. 선수층이 서서히 노령화 되어가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앞으로 승리보다 패배를 더 자주 맞이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운이 좋게 준결승에 올라간 뒤에도 패배에 끄덕없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지요.
그런데 LIG의 범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우리 선수들이 잘 해주었는지 결승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신치용 감독은 짐까지 싸 놓았는데 도로 풀어야 한다고까지 했죠.

프로배구 출범 이후 2번 연속 우승을 놓친 뒤, 다음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신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팬들이 다시 코트를 찾고 싶어하도록 매력있는 배구를 하자고...제게 있어선 왠지 모르게 감동적인 멘트였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삼성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항상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없는, 매력적인 경기를 보이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는 이번 결승에서도 유효했습니다. 현대에는 국대급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질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렇기에 '설사 지더라도 맥 없이 지는 건 용서 못해! 지더라도 5세트까지 가자!!'고 외쳤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우리 애아빠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워요. 그 끈질긴 근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들의 정신은 본받을 점이 많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먼저 유니폼 문제. 협찬이 바뀌면서 디자인이 많이 변했는데, 도대체 누가 만든건지...디자인은 둘째치더라도 홈과 어웨이 유니폼 색이 서로 너무나도 비슷해서 리베로를 구분하기가 힘들었어요. 덕분에(?) 준결승에 이어 결승에서까지 경기 시작 전부터 상대팀 감독들이 우리 여본좌에게 딴지를 걸었죠;; 바로 전날 박기원 감독이 언급했으니 모르는 척 넘어가도 될 것을 얄밉게도 김호철 감독마저 뭐라 그러시더라구요. 고도의 심리작전이니 어쩔 수 없지만서도 얄미웠던 건 사실이네요.
그 밖에 연수애비의 공백을 잘 메꾼 조승목 선수와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했던 이형두 선수의 다음 시즌이 기대됩니다. 특히 반신반의했던 유광우 세터가 돌아오는 시즌까지 100%로 상태를 끌어올린다면, 웅 세터의 체력 부담이 줄어들테니 기쁩니다. 한편으로는 웅 세터를 닭장에서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결승전은 두 팀 모두 나무랄 데 없는 경기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팀이 이기던 마음껏 축하하려고 했어요. 물론 우리팀이 이기면 더 좋지만요, 설사 지더라도 다음 시즌을 바라보며 조용히 칼을 갈면 되잖아요. +_+

어쨌든 결론은 선수나 팬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닥치고 체력이지 말입니다!!!
경기 끝나고 열심히 응원한 저와 어머니는 떡실신. 질 가능성이 크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응원하다가도 이렇게 결승까지 올라가주시면,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뭐, 이렇게 말하면 타 팀 팬들에게 구타당하는 건가요?;;
저만의 응원 비결이 있다면...그건 역시나 상대팀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현대에게 2번 우승을 내준 시절에는 분해서 펄쩍펄쩍 뛰고, 상대팀 감독이며 선수까지 싸잡아서 미워했는데, 요새는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팀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얄미움은 어쩔 수 없지만서도. 이러한 저의 마인드 컨트롤 덕분에 우리 선수들이 잘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혼자만의 착각;;]

배구 관련 포스트를 쓰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항상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뮤_뮤
사실은 늘 그렇답니다;; 워낙 재잘거리는 스타일이라...덕분에 포스팅 하나에도 시간이 걸려서 개인 홈페이지 하나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2009. 8. 3. 00:43  스포츠/배구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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